내가 사는 곳은 원목 인테리어로 된 빈티지한 분위기에 큰 창문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아늑한 카페다. 이곳에 지내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쉬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카페 영업시간이 끝나면 언니, 오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나의 하루 루틴이다. 

 평소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 먼저 손님들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내가 카페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나를 반기지 않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작아서 귀여워 보이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으면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카페에는 내 전용 문도 있어서 그 문으로 밖을 드나들기도 한다. 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는 없지만 유일하게 만나는 동물이 있는데 길거리에 사는 것처럼 보였다. 발이 네 개에다, 털이 온몸에 뒤덮여 있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항상 꼬질꼬질하게 다니는 데다가 만날 때마다 배고프다는 말을 해서 언니가 나에게 주는 간식을 몰래 몇 번 준 적이 있다. 얘는 나 없이 살기 어려울 거다. 휴, 아무튼 내 존재가 여럿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느 날 언니와 오빠가 한참을 인테리어에 대해 고민하다 거울을 들여놓자는 결론을 냈는데, 나는 거울이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마냥 신나서 거울에 대해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뭐, 그냥 실제로 보면 되겠지 싶어 신경 쓰지 않고 있었고, 그다음 날 카페에 와보니 바로 거울이라는 게 설치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기엔 카페와 썩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어서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둘의 안목을 믿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점점 다가갈수록 이상한 물체가 보였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거울에 보이는 이상한 물체도 점점 더 크게 보이고, 내 근처의 건물, 땅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현실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언니와 오빠가 밖으로 나와 거울 앞에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거울이 모든 것의 실체를 보여주는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 굉장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던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평생을 언니, 오빠와 같은 존재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거울 속 나의 모습은 내가 항상 간식을 챙겨주던 그 녀석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들이 나를 왜 귀여워해 줬는지, 왜 키가 작게 느껴졌는지, 심지어 왜 유독 길거리 녀석과는 말이 잘 통했는지. 

 나는 그동안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나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