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은 항상 심상치 않은 것 같아. 괜히 사람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서 결국 너에게 편지까지 쓰게 만들고 말야. 뭐, 형식적인 인사로 시작할게. 잘 지내? 요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잠은 잘 자는지도 궁금하고.

 우리가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 치열하고 불타오르기만 해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이 편지를 읽는 동안은 마음에 정적과 차분함이 찾아오길 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에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지하철, 버스를 타고 급히 목적지로 향하기만 하지. 주말이라고 해봤자 이틀밖에 안 되고, 심지어 그 시간조차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우리도 치열한 사람 중에 하나고, 그 치열함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지. 
 문득 오늘은 느긋하게 움직이고 싶어서 그동안 걸어온 거리의 모든 것을 둘러봤어. 문밖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파란 하늘과 가을의 뜨거운 햇빛. 발소리 없이 지나가는 고양이들. 예쁘게 조경해둔 나무들. 약간은 쌀쌀해진 공기. 사실은 매일 보고 느끼던 것들인데 신경 쓰지 않으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아마 이걸 읽고 있는 너도 너만의 풍경이 있을 텐데, 떠오르는 게 잘 없을 거라 생각해. 그만큼 바쁘게 살아왔다는 거고. 

"전 그렇게 성실한 편이 아니거든요ㅠ 그래서 일이 밀려와서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일에 깔려버리는 느낌이에요. 그럴 때 제일 나약해지고, 원래라면 할 수 있을 만큼의 일도 못 하게 고장이 나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