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 남들이 뭐라 해도 지키고 싶은 내 모습은?

[퀘스천퍼데이] 오늘의 질문이 찾아왔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자유롭게 답해주세요.

2025. 3. 9.

[ question per day ]

매일, 나에 대해 물어보는 뉴스레터

이번 월요일 에세이부터는 새로운 에디터가 적습니다.
에디터 프리구티의 개성 있는 글을 만나보세요.

✈️ 2025년 3월 10일에 보내드리는 오늘의 질문이에요.

Q. 남들이 뭐라 해도 지키고 싶은 내 모습이 있나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헛소리를 사랑하는 에디터 프리구티라고 합니다. 저는 QPD가 건네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적이 많았어요. 멋있는 답변을 하고 싶다는 허영심을 내려놓지 못한 탓일까요. 오래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질문의 수렁에 빠지곤 했죠. 그럴 때면 누군가의 헛소리가 고민 많은 저를 가끔 구해주곤 했어요. 저 또한 지인의 고민을 들을 때면 일상에서 두 발짝 멀리 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될 법한 헛소리로 위로를 건네곤 합니다.

여느 맛집에 적혀 있는 ‘추어탕의 효능’, ‘순댓국의 효능’처럼 헛소리의 효능을 소개해 볼까 해요. 실속이 없고 미덥지 아니한 말. 사전에 적힌 헛소리의 뜻풀이입니다. 듣거나 말하는 그 순간엔 실속이 없을지 몰라도 헛소리의 성장판은 15세 청소년만큼이나 열려 있어요. 헛소리는 대략 10분에서 하루 정도 뒤에 그 진가를 발휘하죠. 재킷 주머니에서 갑작스레 나온 지폐처럼 소소한 미소를 선물하거나, 가지고 있는 논리와 이성을 총집합해도 해결되지 않던 고민에 혜안을 주기도 합니다. 맴도는 고민을 금붕어처럼 까먹게 해주고, 헛소리라는 방패 아래 휘황찬란한 망상과 허무맹랑한 유머를 마구 내뱉는 기회를 주곤 하죠. 물론 헛소리가 이름값을 할 때도 많지만요. 제 글이 여러분에게 나름의 헛소리가 되었으면 해요. 질문의 무게를 덜어주고, 무언가에 가려진 답변을 들춰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제 헛소리에 여러분이 피식하고 웃는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아요.

첫 글을 쓰기 전, 크나큰 과제와 직면했어요. 바로 에디터 명을 정해야 하는 것인데요. 닉네임을 매일 바꿀 수 있는 여러분과 달리, 제 예명은 한 번 정하면 바꾸지 못할 운명을 타고났으니 더욱이 머리가 아팠습니다. 저는 저를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하는 데에 서툽니다. 초등학생 시절, 학년을 거듭할 때마다 선생님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어요. 그리고 그 소개서엔 꼭 자신의 별명을 적어야 했죠. 저는 시간에 쫓겨 이름을 약간 변형한 허접한 별명을 짓곤 했어요. 지금도 비슷합니다. 제 메일과 SNS 아이디엔 정직하게 영문으로 된 이름을 옮겨두었어요. 그렇다고 에디터 명에 제 실명을 쓸 순 없죠. 여러분과 약간의 거리가 있을 때, 제 글도, 여러분의 답변도 더 솔직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성향 탓에 집단이나 개인을 나타내는 예명 혹은 오랜 노력 끝에 탄생한 결과물의 제목을 아무 고민 없이 툭 완성한 이들을 보면 부럽기만 해요. 특히나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무키무키만만수’와 같은 인디 밴드 이름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아무렇게나 지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은 의미가 있을 것만 같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Earth wind & Fire’의 명곡 ‘September’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노래의 제목은 ‘9월 21일을 기억하라’는 가사에 충실한 제목인데요. 밴드 멤버의 기일이라든지, 첫 데뷔곡이 발매된 날짜라든지 이 밴드에게 9월 21일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기대했어요. 막상 검색해 보니 밴드의 리더 모리스는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붙인 날짜라고 답했죠. 사람들이 즐거우면 됐다고 말하면서요.

이들처럼 기발한 예명은 아니지만 오랜 고민 끝에 제 에디터 명은 ‘프리구티’로 정했습니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별명이었으면 했어요. 첫째, 이름만큼은 아니더라도 저라는 사람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둘째, 꽤 오랫동안 제가 소유할 수 있는 단어. 그런 의미에서 턱수염만 기르는 수염 스타일을 지칭하는 ‘프리구티’는 제 별명으로 충분했습니다.

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에 첫번째 조건은 가볍게 충족했어요. 두번째 조건에 적합하지 않은 별명이라고 느끼실 텐데요. 제 수염은 어머니의 안 울린다는 거침없는 직언, 친할머니의 등짝 스매싱과 혈육의 짓궂은 비웃음에도 꿋꿋이 지켜낸 제 유산과도 같은 친구입니다. 아는 선배는 만날 때마다 그 하남자 같은 턱수염을 언제 정리할거냐며 놀리곤 합니다. 갖은 이유로 제 수염은 비난받지만, 저는 제 수염이 좋은걸요. 고민이 있을 때면 이 친구를 쓰다듬으며 생각을 매듭짓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꽤 느낌 있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제 에디터 명이 어쩌면 제 수염을 지킬 명분이 될 것도 같네요.

여러분도 제 턱수염처럼 남들이 뭐라 해도 지키고 싶은 내 모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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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의 반대 의견은 나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인가요, 혹은 오히려 동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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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질문에 대한 구독자님들의 소중한 답변이에요.

어제의 질문은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였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답변들 중에서 퀘스천퍼데이가 공유하고 싶은 다섯 분의 답변을 선정했습니다.

🌤️종종

"토요일에는 동아리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갈 거예요. 간 김에 근처에서 혼자 밥 먹고 놀다가 오려구요. 다같이 대화하며 밥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여유롭게 혼밥 하는 것도 좋아요. 일요일에는 일주일을 위해 집에만 있으면서 푹 쉴 거예요!"

🍀홈프로텍터

"내일 바로 홈플러스로 달려가려고요. 홈플러스 기업회생 말 나오자마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아니나다를까 바로 세일을 왕창 하네요. 적립된 포인트도 모조리 쓰고 올거에요!"

🏔️별마요

"어깨 회전근 파열로 입원 중인데 마음 같아선 바다를 보로 가고싶지만 병실에서 한강님의 책을 읽고 있을 것 같아요 입원 중 한강님의 책을 8권째 보고 있는데 보통 제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닌데도 문장 문단이 아름다워 계속 보고있어요"

💙헬스병아리

"저는 요즘 헬스에 빠져 있습니다! 주말에 새로 구매한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하러 가려구요! 운동을 하고 난 후 몸의 개운함과 오늘도 해냈다는 그 뿌듯함은 정말 또 다른 에너지를 저에게 주는 듯한 기분이에요 ㅎㅎ 아직 미숙하지만.. 탄탄한 근육을 얻는 그날까지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ㅎㅎ"

✨포도

"알바를 시작하게 돼서 주말에 일해야해요😿 돈은 좋지만 일은 싫네요ㅜ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