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구티가 적는 진솔한 글을 만나보세요.

매주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긴 에세이가 찾아옵니다. 

저는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끝까지 읽는 사소한 집착도 있습니다. 출생지, 전공, 직업은 물론, 작가의 재미난 TMI를 찾아 헤매죠. 제게 있어 끌리는 작가 소개는 자극적인 책의 제목과 감도 높은 표지 디자인보다 그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들어요. 휘황찬란한 수상 이력이나 극적인 삶의 곡선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작가 소개에 적힌 무언가가 제 맘을 사로잡을 때가 분명 존재하더라고요. 

 얼마 전 저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라는 책을 구매했습니다. 파스칼 메르시어는 페터 비에리라는 본명을 지닌 작가의 필명이었는데요. 그의 필명은 도저히 필명 같지 않아서 뒷 이야기가 궁금했죠. 철학 교수였던 그는 본명으로 학문적인 글을, 필명인 파스칼 메르시어로는 문학 작품을 발간한다고 해요. 구석에 쭈그려 앉아 검색해 보니, 그의 필명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영향을 받은 두 인물의 이름을 합친 재미난 필명이었어요. 프랑스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과 스위스 출신 작가 ‘루이 세바스티앙 메르시어’에서 따왔다고 하죠. 제가 페터 비에리식으로 필명을 짓는다면 ‘무라카미 오사무’가 되겠네요. 이름과 관련된 재미난 비하인드 덕에 저는 이 소설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올카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은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이라는 동떨어져 보이는 두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점에 끌려서, 살만 류슈디의 <나이프>는 법 이상의 효력을 지닌 이슬람 문화의 격문, ‘파트와’에 의해 47억 원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점이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게 됐죠.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책을 고르기에 가끔은 취향에 맞지 않는 책과 불편한 조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나 인상적인 작가의 상을 그려가며 문장을 곱씹어 보면, 글맛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이런 탓에 저는 서점에서 재미난 책을 찾기보다, 재미난 작가를 찾아 책날개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사소한 집착은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습관보단 의식적이고, 목적을 위해 다듬어야 하는 루틴보단 비의도적으로 느껴져요. 결과를 알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그쪽을 따라가게 되는 거죠. 그래서인지 사소한 집착이 때론 그 사람을 더 잘 드러내는 경우도 있어요. 조그마한 일에도 마음을 쓰며 행하는, 내게만 중요한 것이니까요. 

 여러분도 괜히 놓지 못하는 사소한 집착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