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디터 프리구티가 쓴 진솔한 글을 만나보세요.

매주 월요일, 질문과 함께 평소보다 긴 에세이가 찾아옵니다.

 ‘이 가게 단골 하고 싶다.’ 이 문장이 제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장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말 걸고 싶은 유쾌한 사장님이죠. 초면이지만 시간 남으면 새로 생긴 옆 가게에 같이 놀러 가자는 마포의 빈티지 숍 사장님과 안방마님 고양이가 제 테이블을 침범하자 잔소리와 함께 궁둥이 맴매를 때려주신 카페 사장님처럼 말이죠. 그들의 유쾌함 속에 담긴 다정함에서 은은하게 맡을 수 있는 사람 내음을 너무도 애정합니다.

 옆에 위치한 과일 가게 아주머니에게 받은 한라봉을 반 나눠 먹었던 사장님부터 인생 디저트라는 제 진심 섞인 리액션에 ‘워메~’라며 전라도 사투리를 내뿜은 사장님까지. 소개하고 싶은 사장님이 산더미지만 참아보겠습니다. 재미난 사장님을 만난 이후 저도 유쾌한 손님이 되어보기로 했어요. 적극적으로 사장님께 궁금증을 쏟아내거나, 이 가게에 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구 쏟아내곤 해요. 그렇게 친해진 사장님도 여럿이네요. 저는 내향형이지만 이상하게 사장님들에게는 말이 술술 나옵니다.

 이웃이 사라진 지금 단골 가게는 이웃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좋은 일이 생기면 거리낌 없이 축하해주면서 말이죠. 단골이 되어 간다는 건, 허기를 달래거나 필요를 구매하는 등 그 공간을 방문하던 초기의 목적이 없어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겁니다. 사장님의 생각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만의 아지트가 생긴 셈이죠. 그래서인지 저는 자주 방문하던 가게가 유명해지는 순간 걱정이 앞섭니다. 낯선 누군가가 우리의 공간에 들어오면 화들짝 놀랄 것만 같죠. 물론 괜한 심술입니다.

 얼마 전 집 근처 독립 서점의 단골이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서점’이란 단어보다 ‘책방’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가게죠. 에리히 프롬을 사랑하고 독립 작가들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래 동화를 전해주듯 이야기해 주시는 사장님의 유쾌함에 발길이 계속 갑니다. 또다시 단골 가게를 잃어버릴지 두렵지만,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사장님과의 대화를 촘촘히 즐겨볼까 합니다.

 여러분도 자주 방문하는 단골 가게가 있나요? 혹은 단골이 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제가 마음껏 부러워할 수 있도록 자랑해 주세요. 여러분이 애정하는, 가끔은 집보다 편한 그런 공간이요. 그 공간이 내가 생각하는 ‘편안함’을 정의해줄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