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미셸 공드리, 2006)

 5,000원을 쥐어주며 돼지가 나온 꿈을 사는 할머니와 자식의 활달한 성격을 떠들썩한 태몽과 연결 짓는 어머니. 꿈은 삶과 일상을 해석하는 상징물로 사용되곤 합니다. 저는 해몽을 믿진 않지만, 꿈이 무의식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이야기라는 해석에는 고개를 끄덕이곤 해요. 제 잠자리에 드리운 꿈은 미묘하게 제 삶과 겹쳐 있었어요. 무의식의 욕망과 결핍이 분명 제 꿈의 소재로 쓰였다는 확신이 들었죠.

 욕망을 소재로 쓴 꿈은 바로 초등학교 절친과 함께 프로 축구팀에 입단한 꿈. 저는 어릴 적 축구를 너무도 사랑하던 아이였어요. 유치원생에게 애정은 곧 특기가 됩니다. 좋아하면 잘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시기죠. 실제로 저는 축구에 두각을 보였고, 한 초등학교 축구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어요. 어머니의 반대로 진학하지 못했지만요.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목표에 둘러싸였던 시기였을 겁니다. 그렇기에 프로 축구팀에 입단한 꿈은 자각몽을 연습해서라도 다음날 또다시 마주했으면 했어요.

 반대로 결핍을 소재로 쓴 꿈은 이를 복기하는 데에도 얼굴이 잔뜩 굳어버렸어요. 유독 성과가 나지 않은 업무에 골머리를 앓았고, 하기 싫은 업무가 산처럼 쌓여 있던 시기였어요. 싸움을 잘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중학교 동창이 제 상사가 되어 저를 무지막지 혼내는 꿈에 절절맸죠.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겠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네가 눈을 감자마자, 잠의 모험이 시작된다.

_ 조르주 페렉, 『잠자는 남자』

 ‘꿈에서도 그러네’라며 불평을 남기는 꿈도 있었지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며 잔상을 붙잡고 싶었던 꿈도 있었어요. 결핍을 마주하는 것과 욕망을 충족하는 것. 더 단순화하면,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 것. 현실에선 이 상반된 두 녀석 모두와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만, 가끔은 균형추를 무너뜨려 오로지 욕망만을 보듬는 낭만을 즐기고 싶기도 합니다.

 꿈은 이 낭만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어주곤 합니다. 물론 그날의 꿈은 무의식이 무작위로 정해주며, 그날의 피로는 책임져줄 수 없지만요. 꿈에서 ‘꿈’을 이뤘다는 동음이의어 개그를 내뿜고 싶은 꿈. 저는 그런 꿈을 그러모은다면, 주섬주섬 살아갈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요.

 오늘 밤 여러분이 꾸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