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에 답해오며

지금을 선택했나요?

과거의 여정 속 질문

 Q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년째 구리시에서 독립 서점 <구월서가>(@goowolseoga)를 운영하는 김혁규입니다. <구월서가>를 ‘작은 취향의 집합소’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보통 독립 서점은 확실한 하나의 테마를 지닌 곳이 많아요. 그런데 제 취향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장르 상관없이 좋아하는 취향을 다 담아보고 있어요.

 Q 독립 서점을 운영하시기 전의 삶이 궁금해요.

 저는 방문 교사 일을 했어요. 첫 직장이었는데, 10년 동안 다녔죠. 무던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 무언가를 시작하면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바쁘게 일했어요.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교회 일을 도왔고요. 그렇게 10년을 살다 보니 제 삶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제 취향이 뭔지도 몰랐죠. ‘이렇게 사는 이유가 있을 텐데’라고 되뇌면서 고민했어요.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Q 직장을 다니다가 어떻게 책방지기가 되셨는지, 그 과정과 전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15년이나 다녔던 교회도 나왔어요.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밤새워 보드게임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즐겼어요. 그 시기에 집 근처 독립 서점 <나인빌리지북스>를 만났고 단골이 됐어요. 사장님이 직장과 서점을 병행하고 계셔서, 시간적 여유가 많던 제가 가끔 가게도 봐 드렸죠. 그러다 사장님이 이직하게 되면서, 더 이상 책방을 운영하지 못한다고 말씀 주셨어요. 제게 책방을 인수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하셨죠. 고민하다가 ‘그럼 내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즉흥적으로 결심했고, 제가 <나인빌리지북스>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Bitters End

 Q 짧은 시간 안에 내린 결심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고민의 시기를 가지셨나요?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내린 결정이에요. (웃음) 표면적으로 보면 즉흥적인데, 임계점에서 확 터졌던 것 같아요. 내면에서 계속 쌓여왔던 거죠. 사실 책방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어릴 때부터 제가 항상 책 근처에 있었더라고요. 초등학생 때에는 서점에서 문 닫을 때까지 책을 읽다 돌아가고, 고등학생 때에는 도서관 전산화 작업을 도맡아 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도, 어느 도시에 가든 이상하게 책이 있는 공간에 머무는 게 좋더라고요. 그동안 누적된 경험과 취향이 저를 이끈 것 같아요.

 Q 방문교사와 책방지기, 사뭇 다른 두 일입니다. 독립 서점을 운영하기 이전과 지금, 삶의 어떤 점이 변화했다고 느끼시나요?

 찾아가는 삶에서 기다리는 삶으로 변했어요. 방문 교사는 하루 종일 메뚜기 뛰듯이 집을 방문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직업이었어요. 지금은 책방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죠. 책과 더 가까운 삶을 살게 됐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 히라야마의 삶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웃음)

 Q 꼭 소개하고 싶은 독립서적 작가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구리시에서 활동하는 박민아 작가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쉽니다』라는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 에세이를 내신 분이에요. 어느날 룩셈부르크에서 조지라는 분이 DM으로 박민아 작가님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작가님 지인인가 싶었는데, 작가님도 모르는 사람이었죠.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들텐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그 분이 박민아 작가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된 책을 출간했어요. 박민아 작가님과 저에게 그 책을 선물하기도 했고요. 어떤 책 한 권이 국경을 넘어서 다른 사람한테 닿고, 또 그 사람이 그 책을 통해서 책을 내고. 책의 상징성을 설명해 주는 에피소드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Q 독립서적 뿐만 아니라 기성 서적, 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책들까지. <구월서가>는 책을 통해 손님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나요?

 저는 서점이 일상 사이에 있는 틈이라고 생각해요. 책방이 삶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인데, 들춰보면 아름다운 장면과 순간들, 글과 사연들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해요. 내 일상도 ‘돌이켜 보면 다른 순간이나 장면이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도록요. 그래서 공간이 되게 낯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니 여행 에세이가 유독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여행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좋잖아요? 미지에 자신을 던져버리니까요. ‘여기는 어디지?’, ‘이거 먹어도 되나?’ 하면서요. 저 또한 3개월 동안 유럽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질문 끝에 나를 이끄는 건 호기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를 알면 모르는 두 개가 생기고, 계속 지평이 넓어지는 그 과정 자체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잖아요. 출퇴근길을 가다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가는 것처럼요. 저는 질문이 삶의 또 다른 활력을 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질문을 건네며

나아가고 싶나요?

미래의 다짐 속 질문

 Q 지금의 삶이 하나의 ‘답’에 가까워졌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여전히 ‘질문’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느끼시나요?

 방향성이라는 시선에서는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여행에 가서도 서점을 찾아 가고, 잠깐 외출할 때도 가방에 책이 없으면 불안할 만큼 저는 책 곁에 있어야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이렇게 찾아낸 방향성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이제 그 방향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찾아가고 있죠.

 Q 앞으로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으신가요?

삶을 여행이라고 많이 표현하잖아요? 저는 이방인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여행자고, 돌아갈 곳이 없으면 방랑자가 되죠. 저는 그 사이에 또다시 낯선 곳, 새로운 곳을 향하는 이방인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더 다양하게 바라보고, 제 삶을 오롯이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Q 마지막으로 어떤 질문을 퀘스천퍼데이 독자분들에게 건네고 싶나요?

 나를 나로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밀란 쿤데라가 사람은 모두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고 말해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하는 사람, 부재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죠. 모든 인생은 무대 위의 연극이고, 연기를 하며 살아가요. ‘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기에, 그 안에 진짜 ‘나’를 발견하는게 어려운 일이죠. 특히 한국 사회는 자신을 숨기며 주변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회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자꾸 가면을 쓰고, 그 가면을 조금이라도 벗으면 손가락질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로 돌아가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삶을 제대로 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죠.

 제가 직장과 교회를 그만두고 여행을 갔던 이유, 책방을 인수한 이유가 사실 나로 살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이 질문의 답을 아직 찾아가는 중이지만, 이 질문을 품고 산다는 것 자체가 삶을 더 만끽할 수 있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