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마롱

 덜컹이는 지하철 안. 흔들리는 손잡이를 붙잡고 사람들 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음성과 함께 제 앞에 있던 한 남성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어요. 치이익 문이 열리자 그는 옅은 신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게 웬걸! 비좁은 사람들 틈에서, 전쟁같은 지옥철에서 내 앞에 자리가 난 거예요. 목적지까지 20분, 편안히 앉아서 이동했어요. 오늘 참 운이 좋구나 생각했죠.

 행운은 주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만들어 내는 걸까요? 해답을 얻기 위해선 지하철 그 자리에 앉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봐야겠죠. 내가 그 시간에, 그 열차에 탔기 때문에, 그 남성 앞에 섰기 때문에 빈 자리를 쟁취한 걸까요? 하지만 그 남성의 목적지가 다른 곳이어서 그때 내리지 않았더라면 자리는 비지 않았겠죠. 연속된 내 선택들과 무관하게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 거예요. 그렇다면 행운처럼 느껴지는 이 결과는 의지와 선택과는 무관한 수많은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할까요?

 철학자 세네카는 “운이란 기회와 준비가 만나는 것”이라 했고, 기업가 레이 크록은 “땀 흘릴수록 운은 따라온다”고 말했어요. 운과 노력의 상관 관계를 짚은 거예요. 행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기보단 때로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종종 “운이 좋았다”, “운이 나빴다”는 말을 해요. 이건 운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체념적 인식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