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비겁하게 살고 있진 않나요?

– 발행인 평정

“비겁한 저는 노래를 합니다.

아마도 노래 뒤에 끔찍이 숨을 겁니다.”

- 이승윤 정규 2집 앨범 『역성』소개글 中

 여러분, 혹시 비겁하게 살고 있진 않나요?

 위에 적힌, 뮤지션 이승윤의 글은 어떤가요? 분명 행동하지 못하고 노래 뒤에 숨겠다는 비겁한 말로 들리지만, 동시에 비겁하더라도 노래라는 예술을 지속할 것이라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해요. 이 글을 읽고는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라는 물음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죠. 2024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수상한 이 앨범으로, 오늘의 질문을 건넵니다.

 역성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입니다. 흔히 ‘왕조(의 성씨)를 바꾸는 일’을 뜻하는데, 이 앨범에서 이승윤은 ‘易聲’ 이라는 한자를 썼죠. 직역하자면 ‘소리를 바꾸다’ 이고, ‘무조건적으로 한 쪽의 편을 든다’ 는 뜻도 있어요. 그는 누구의 편을 들려고 했던 걸까요? 그리고 왕조를 바꾼다는 혁명적인 단어와 같은 음을 가진 단어를 쓴 것은, 우연일까요?

 이승윤은 이 앨범에서 누구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오르겠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확신하진 않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라고 하죠.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무엇을 함께 하자고 하지 않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비겁함이었을까요? 앨범 이름이면서 동명의 타이틀곡인 <역성>에는 이런 가사도 나옵니다.

 “우린 슬로건이 아니야.”

 이 문장은 『역성』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이자 저항처럼 들립니다. ‘슬로건’은 단정하고 선동적이며, 복잡한 맥락을 하나의 단순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만들어진 문장이죠. “이게 맞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말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한국 사회는 특히 더 그렇다고 알려져 있어요. 사회가 정해놓은 이상적인 말투, 표정, 감정, 태도까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사회가 정한 대로 반응하게 되었고, 느끼기 전에 말하게 되었으며, 말하기 전에 동의하게 된 것도 같죠.

 “우린 슬로건이 아니야”는 그 관성에 맞서는 말입니다. 그는 단순히 권위에 무작정 저항하려는 게 아니라, 감정과 말마저 정해버리려는 언어의 구조 안에 자신을 구겨넣지 말라고 거부하는 거죠. 그리고 이 거절은 “되찾겠어 그 모든 걸”이라는 같은 곡의 가사로 이어집니다.

“되찾겠어 그 모든 걸

네가 여태 쓰고 있는 왕관에서

부식됐던 보석들”

 ‘왕관’은 지배, 권력이면서 곧 사회가 씌운 역할이자 질서이고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부식된 보석들은, 아마도 우리가 너무 오래 침묵해 온 진심, 너무 자주 빼앗겨 왔던 자유일 것입니다. 이승윤은 그것을 되찾고 싶다고 말합니다.

 『역성』은 혁명과 전복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분께 묻습니다. 지금 당신이 믿고 있는 규칙과 언어는 정말 당신이 선택한 것인지요. 당신의 감정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가요, 아니면 주어진 틀 안에서 자동으로 나온 반응인지요. 감정과 언어, 판단과 기준—그 모든 것들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사회 안에서, 무엇이 나의 것인지 묻는 질문 그 자체가 바로 ‘역성’이겠죠.

이렇게 깊은 질문을 남기는 그의 예술이,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퀘스천퍼데이의 질문 역시 종종 슬로건처럼 소비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질문하는 형식이 진심을 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형식 안에 정해진 답을 숨긴 적은 없었는지 말이죠. 어떤 질문은 단정하지 않기 위해 던지지만, 어떤 질문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비겁함’이라는 단어 앞에서, 질문하는 사람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이승윤은 일깨워 줍니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해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결국 이 앨범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것은 책임을 미루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진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태도처럼 보이죠. 당신의 삶은, 정말 당신이 고른 게 맞나요?

 오늘의 질문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들리기를 바랍니다. 갑작스레 비겁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공격적으로 물은 것처럼 보이지만요. 정말로 비겁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