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프리구티

 한국인의 일상에는 최소 몇 벌의 옷이 필요할까요? 격식을 차릴 셔츠 한 벌, 한파를 이겨낼 생존용 패딩도 한 벌 있어야겠죠. 신발은 휘뚜루마뚜루 신고 다닐 쪼리 하나와 검은색 스니커즈 하나면 충분할까요? 저는 한 주 동안 터질 듯한 제 옷장을 비울 고민으로 틈틈이 여백을 채웠어요. 한 유튜브 영상에서 상의와 하의, 겉옷과 가방, 신발까지 포함해서 30벌로 생활하는 분의 이야기를 보았거든요. 헤질 때까지 옷을 절대 버리지 않고,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상태가 됐을 때 옷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옷장에 30벌만 남겨두기. 누군가에겐 아주 쉬운 과제일 수도 있지만, 옷을 좋아해서 패션 회사에 모인 저와 제 직장 동료들은 성공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갔어요. 사계절을 버텨야 하는 한국에선 불가능하다거나, 지금도 정작 입는 옷은 30벌이 안 될 거라는 둥 열띤 토론이 진행됐죠. 다음날 짜기라도 한 듯 다들 옷장을 한 번씩 훑고 왔다고 해요. A는 반팔 티셔츠만으로도 30벌이 간당간당했고, B는 꾸미길 좋아하는 성격상 절대 그 삶을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죠.

 회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옷 안 사 병’이 전염병처럼 돌곤 합니다. 실루엣이 어떻고, 봉제가 어떻고. 사실 다 똑같은 몸가리개일 뿐인데, 옷을 계속 소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성하는 자조적인 여정인 거죠. 그러다가도 어느샌가 제 손에 새 옷을 쥐여주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아침에 ‘옷 안 사 병’이 도져도, 점심시간에 근처 빈티지숍에 방문하거나, 퇴근길에 번개장터를 뒤적거리며 아침의 반성을 무력화해요.

 저는 이 영원의 굴레를 끊어내고자 30벌 챌린지에 돌입했어요. 소유하고 있는 옷을 다 세어보니 100벌 정도 되더군요. 이것도 중간중간 대규모 청소를 해서 망정이지, 참 이 섬유 덩어리들이 밉더라고요. 남겨둘 옷은 무난한 옷이 아닌 정말 애정하는 옷들로,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옷들로 남겨두려고 했어요. 그러나 냉정하지 못했고, 결국 30벌 챌린지는 실패하고 말았어요. 색깔만 다른 바람막이도 3벌, 비슷한 느낌의 워크재킷은 2벌. 결국 50벌으로 타협했습니다. 그래도 반이나 줄였으니 만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