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마롱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점심 메뉴를 정하던 중 친구가 무심코 던진 어제 점심 메뉴에 관한 질문이었지만, 머릿속이 하얘졌고 말문이 막힌 거예요. 사진첩을 급히 찾아보고, 어제 이동 동선을 머릿속으로 따라가 보기도 했지만 뭘 먹었는지는 끝까지 떠오르지 않더군요. 친구에게는 아무거나 먹자며 웃어넘겼지만, 내내 찜찜했어요. 그렇게 쉽게 잊히는 일상이었나 하고요. 기록하지 않은 사소한 하루가 마치 손에서 미끄러진 듯 아쉬웠어요. 평소 그렇게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면서, 왜 찍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저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해요. 특별히 사진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보여주기 위해 찍는 것도 아니에요. 단지, 그 순간을 붙잡아두는 방식이 제게는 사진이기 때문이에요. 풍경 하나, 음식 하나, 웃는 얼굴 하나를 담으며 ‘이건 기억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쌓여 사진이 되고, 다시 사진이 제 시간을 붙잡아 주는 거죠. 제 사진은 보기 좋은 사진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감정의 조각들인 셈이에요.

 물론 영상도 좋은 기록이죠. 움직이는 장면, 현장의 소리, 인물의 몸짓이 그대로 담기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영상은 생생하고 선명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선명함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감정과 주관이 들어설 틈이 없기 때문이에요. 사진은 모든 걸 말해주지 않아요. 말하지 않기에, 오히려 보는 사람의 상상과 감정이 개입되죠. 제가 그 장면을 다시 완성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제게 더 사적인 기록이에요.

어제의 질문은 '이제야 이해하는 어른들의 말은?' 이었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답변들 중에서 퀘스천퍼데이가 공유하고 싶은 다섯 분의 답변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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