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잡는 초등학생>
 제 출근길은 병아리 같은 초등학생들의 등굣길과 겹칩니다. 그날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자기 키만 한 잠자리채를 들고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만났어요. 그 아이는 매미를 잡기 위해 고개를 한껏 젖혀, 뚫어져라 나무 위를 보고 있었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그 아이에게 말을 건넸어요. “매미 잡는 거 도와줄까?” 그러자 그 아이는 “아뇨, 잡을 수 있는데 매미가 너무 많아서 누굴 잡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라고 답하며, 미소를 보였죠. 아저씨의 오지랖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의 순수한 모습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버스 아저씨의 클락션>
 한가한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배회해요. 그날은 새로 산 하와이안 셔츠에 선글라스를 입고 한껏 꾸민 채,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도로에 멈춰있던 버스가 클락션을 울렸어요. 제가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았죠. 몇몇 사나운 버스 기사님을 경험한 경력이 있기에 조금 움츠러들었어요. 하지만 머리를 굴려봐도 제가 위반한 교통법규는 없었어요. 버스를 노려보려던 찰나, 기사님은 올해 본 가장 거대한 미소와 함께 따봉을 날려주셨어요. 스타일이 멋있었을 수도, 제 청춘이 부러우셨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어요. 저도 엄지를 잔뜩 치켜세운 따봉으로 화답했네요. 곱씹을수록 기분 좋은 따봉이었어요.

“항상 사건들, 기이한 것들, 비일상적인 것들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_조르주 페렉

 앞서 말했듯이, 저는 행복은 어디든 산재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사소한 행복을 가린다고 생각해요. 끊이지 않는 논란과 끝나지 않는 갈등, 소수의 특별한 장면과 한껏 꾸며진 찰나.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것만이 존재감을 드러내죠. 그 탓에 거대한 것들에 눌려 있던 미시적인 삶의 요소들은 가볍게 무시되고 맙니다.

 그러나 저는 단편적이고 반복되는 산책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될 거라 믿어요. 먼 미래 , 몰디브에서 모히또를 마시는 꿈같은 제 모습이 아닌, 터덜터덜 걸어가는 똑같은 출근길에서 제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고 믿고요.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을 미래에 등장하는 황홀한 행복이 아닌, 지금 당장 손에 잡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진짜라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고개를 들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해요.

 여러분은 일상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찾는 나만의 방식을 가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