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간다는 걸 요즘처럼 또렷이 느낀 적이 있었을까요.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의 끈적임을 밀어내고, 창밖의 하늘과 구름도 제 역할을 마친 듯 가볍게 흘러가요. 가을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면, 슬며시 남은 날들을 헤아리게 되죠. 올해 어느덧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짧아졌어요. 갈맷빛 나무가 흔들리는 장면이 스치는 버스 창가에서 그 짧은 나머지를 생각해봤어요.

 10월 1일 즈음으로 가보고 싶어요. 달력을 보면 유례없는 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죠. 하루만 연차를 더하면 열흘이나 쉴 수 있는 시간이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멀리 떠나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내일도 쉰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 속에 천천히 숨 쉬고 싶거든요. 오늘 하루 뭘 하며 쉴까를 고민할 수 있는 평화로운 휴일, 그 느슨함을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어요.

 또 10월 17일쯤을 떠올려봐요. 가을의 한복판, 바람막이를 꺼내야 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가 찾아올 거예요. 짙은 초록이 노랗게, 붉게 물들며 산과 길가를 덮을 것이고, 하늘은 한없이 높고 파랗겠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공기마저 투명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 계절엔 잠시 산책을 나가고 싶어요. 높은 산이 아니어도 좋아요. 가까운 언덕에 올라 가을을 온몸으로 맞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