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으로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없다.”

- 괴테

 현재, 저는 그 무엇에도 묶여 있지 않은, 무엇도 걸리적거리지 않은 나체의 상태입니다. 처음엔 마냥 기쁘기만 했지만, 드넓은 평원에서 아무런 위협 없이 덩그러니 놓인 양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자유에 어쩔 줄 몰랐죠. 강제로 길을 안내하는 양치기의 지팡이질도, 규칙적으로 찾아오던 식사 시간도 없어졌어요. 이게 자유인가 싶다가도, 더 이상 자유를 갈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자유 그 자체가 저를 억눌러 답답하기도 했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자유 속에서 오히려 자유라는 가치는 소멸되는 듯 했죠. 기름진 소고기가 질린다는 이야기처럼 배부른 소리지만요.

 아직 자유에 관한 탐구가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자유에 관한 제 정의는 ‘해방’입니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드류가 감옥을 탈출했을 때의 쾌감, 어릴 적 목욕탕에서 묵힌 때를 벗겨냈을 때의 시원함처럼 말이죠. 무언가에 얽매여 있을 때 자유를 갈망했고, 그걸 간신히 풀어내 숨 쉴 구멍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꼈어요. 일과 관련된 광고 아티클을 작성하느라 지쳤을 땐, QPD에서 개인적인 글을 적으며 자유를 느꼈고, 매일의 출근길이 지겨울 땐, 멀리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자유를 느낀 것처럼요. 아마 제 여행도 귀중한 휴가를 사용해 틈을 만들어 떠났다면, 다시 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동반됐더라면 더 큰 자유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진정한 자유가 우리 삶의 결여, 즉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별다른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 자유의 전제 조건이 발동하지 않는 듯해요. 분명 자유롭지만,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할 때도 종종 있죠. 자유는 한계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요즘 규칙적인 삶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규칙에서 벗어난 의외성이 비정형의 자유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8시 알람에 맞춰 일어나다가, 가끔 10시까지 늦잠을 자는 일탈을 감행하는 거죠. 칸트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유에 대한 강력한 지향성을 가졌기 때문에, 한번 자유의 맛을 보면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진정한 자유의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저를 규칙적인 삶 안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가끔은 출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에 올라타, 남들이 일할 때 카페에 앉아 유유자적 소설을 읽는 기만을 저질러 보려 합니다. 이른 아침의 기상이 퇴사자의 신분으로서 쉽지는 않겠지만요.

 여러분은 언제 자유를 느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