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진정한 자유를 “고통과 불안이 없는 정신의 평온(아타락시아)”에서 찾았습니다. 그에게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났는가'로 정의되었죠. 저는 직장이라는 명확한 고통의 원천에서는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의 관점에서 보면, 제가 여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 퇴사라는 선택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욕망에 붙잡혀 있다면, 저는 단지 장소를 옮긴 불안정한 존재일 뿐입니다. 진정한 해방은 외부의 압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나 생계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두려움에서 마음이 평온해질 때 찾아온다는 거죠.

 장자(莊子)의 가르침은 이 상황을 조금 다르게 조명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속박을 벗어나 아무것도 쫓거나 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노니는 삶, 소요유(逍遙遊)를 이야기했죠. 장자는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기준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구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제가 만약 퇴사를 '성공' 혹은 '실패'로 규정하거나, 이전 직장을 '악'으로, 현재의 상태를 '선'으로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저는 여전히 마음속 굴레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억지로 멀리 도망치려 애쓰지 않아도, 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자유에 닿는다는 것이 그의 통찰입니다.

 도망은 환경을 바꾸지만, 자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바꿉니다. 제가 지금 느끼는 해방감은 도망의 결과물이며, 회복을 위한 '쉼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쉼표가 진정한 자유의 발판이 되려면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집중해야 해요.

 마치 장자가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상태처럼요.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존재로 살아가는 태도. 불안해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필요가 없는 평온한 마음의 상태. 아타락시아와도 맞닿는 이 평온이 바로 에피쿠로스와 장자가 말한 자유의 종착점입니다.

 저는 지금, 도망이라는 쉼표를 지나 진정한 자유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해요. 여러분은 어떤 도망, 혹은 자유를 꿈꾸시나요? 꿈꾸고 있는 눈앞의 도망은, 꿈꾸는 저 멀리의 진정한 자유에 기여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