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함께 목매던 것에 무관심해진 모습, 인생의 전부처럼 여기던 것이 한없이 뒷전으로 밀리는 순간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한때 매일 같이 듣고 부르던 노래는 이제 시끄럽고 유치한 노래가 되고 매년 겨울에 줄서서 먹던 길거리 떡볶이 집 앞에는 굳이란 말이 붙어요. 미안할 때마다 메모지에 썼던 사과 편지는 커피 기프티콘으로 바뀌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던 친구가 이제 내 인생 하나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 낯선 모습이 꼭 나쁜 모습인 건 아니에요. 제가 늘 과거의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듯이, 모두가 전보다 더 괜찮아지려고 노력하며 살기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화니까요. 어쩌면 훨씬 멋있어진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나의 친구들이 병이 다 나았다고 말하는 그 순간을 마주하기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저만 영원히 네버랜드에 고립되어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가끔 스스로에게마저 낯섦을 느끼며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해가 바뀔수록 저는 점점 더 자라고 있는데 여전히 제 안에 있는 피터팬이 그런 저를 못 견뎌하는 기분이 들어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어른이 되는 저에게 제가 스스로 낯을 가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해에는 저의 그 '낯섦 증후군'을 건강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보려 해요.

 어디선가 예술가들은 창작의 과정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일부러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특정한 모습으로 저를 규정하지 않고 저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자유에 익숙해지고 나면, 언젠가 친구의 병이 다 나았다는 소식에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를 바라요. 살다 보면 우리가 또 같은 병에 걸리게 될지도, 혹은 서로 다른 병에 걸리게 될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모두 깨끗하게 완치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사람들이니까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낯설다는 이유로 겁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익숙하던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요? 그럴 때 그 낯섦을 어떻게 감당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