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린 그날 이후로,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지는 순간에 종종 뒷모습을 보고 서 있습니다.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여유롭게 인사해놓고 버스를 향해 급하게 뛰어가는 웃긴 모습도, 신나는 음악을 듣는지 묘하게 경쾌해 보이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그러다 열 명 중 한 명 정도 다시 한번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봐서 눈이 마주치면 그게 또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물론 생각이 많아지는 뒷모습도 있어요. 특히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런 것 같아요. 얼굴을 보고 서 있는 순간에는 여전히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들인데 뒷모습은 이상하게 작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님의 등을 보면 그저 달려가서 업히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옆에 서서 손을 잡고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알아챌 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도 합니다.

 올해 살면서 보낸 한 해 중 가장 많은 뒷모습들을 보며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 뒷모습을 빤히 보고 계셨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건 생각보다 큰 사랑인 것 같아요. 오늘의 안녕이 아쉽고, 다음을 또 기대하는 마음과 돌아가서 남은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들이 모두 담겨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눈 맞추고 보여주기 낯간지러운 애정 어린 눈빛 같은 것들을 뒷모습에는 마음껏 보여줄 수 있거든요. 이번 연말 잠시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쌀쌀한 겨울에 소소한 행복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여러분에게는 오랫동안 보게 되는 뒷모습이 있나요? 그 뒷모습은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