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주한 사람의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합니다. 때론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죠. 지금은 마주한 사람 쪽으로 귀를 향하고, 몸을 기울이는 것으로 그 표현을 대신해요. 여전히 오래 눈을 마주치는 건 어려워서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눈을 바라보는 것이 왜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으니까요.

 단순히 내향적이기 때문이라며 변명하곤 했지만, 언젠가 그 진짜 이유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끼던 때였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반가움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건네는데, 제 시선은 바닥으로, 창밖으로 유독 더 향하더라고요. 친구의 눈을 잠깐씩 마주할 땐, 어딘지 모를 열등감이나 부끄러움과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상대를 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눈을 통해 나를 꿰뚫어 보는 게 두려운 거라는 걸요. 열심히 이곳저곳 시선을 돌리며, 평생을 피해온  건 타인을 거부한 게 아니라,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거였어요.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아 겹겹이 담을 쌓는 과정이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