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남동의 여행 책방이자 와인바, <책크인>에서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여행하며 살아가는 책크인 사장님의, 여행에 대한 질문을 만나보세요.

기간도, 예산도, 장소의 제약도 없이 누군가와 함께 여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 여행 메이트는 소설 속 인물도 좋고, 작가, 영화 감독, 혹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누군가라도 좋아요.

저는 엑소의 수호와...몰디브로..여행을...떠날 수만 있다면 남은 생을 바치겠...흠흠. 아닙니다. 한달에 열흘씩 저는 이방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휴무 없이 21일을 일하고 나머지 열흘은 연이어 쉬는 방식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쉬는 동안은 혼자 파리나 런던을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손님들을 모시고 유럽이나 일본 배낭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사랑하는 연인과 시칠리아 로드트립을 가거나, 친구들과 치앙마이에서 열흘 살이를 하고 돌아오기도 하고요. 이 모든 여행 메이트가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지만, '누군가와 제약 없는 여행을 한다'는 전제 조건이 생긴다면 꿈꾸는 여행에 대한 아주 근원적인, 로망의 집약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던져보고 싶었어요. 이 질문을!

저는 만약 누군가와 어딘가로 여행할 수 있다면, 그리스인 조르바와 함께 쿠바를 여행하고 싶어요. 후덥지근한 날씨, 형형색색의 올드카, 제각기 멋드러지게 앉아 시가를 뻑뻑 피워대는 사람들, 럼으로 만든 다양한 칵테일과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음악까지.

이왕 이런 도시에 당도한다면 저는 매 순간을 충실히 만끽하는 여행 메이트와 함께하고 싶어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력을 가진 사람과 함께라면, 쑥스러움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는 저 역시 쿠바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씩씩하게 하바나의 오래된 거리를 걷고, 평소엔 절대 입지 않을 화려하고 촌스러운 무늬의 휴양지 드레스도 입어볼 용기가 날 것 같아요. 해질녘엔 말레꼰 해변에서 모르는 사람들 틈에 어느새 끼어들어 엉덩이를 씰룩씰룩~ 살사를 춰 보기도 하고요. 용감한 여행자, 조르바와 함께라면 여행자에게 종종 불편한 일들이 생기기도 하는 도시인 하바나를 제대로 만끽한 여행자가 될 것만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누구와 어디로,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지 들려주세요. '한정된 시간과 자본을 가지고 최대로 만끽해내야만 하는 K-휴가' 같은 여행 말고, 아주 오래 기다려온 여행에 대한 답장을 기다릴게요.

어제의 질문은 '가진 것 중에서, 사라질까 두려운 것은?' 이었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답변들 중에서 퀘스천퍼데이가 공유하고 싶은 일곱 분의 답변을 선정했습니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도 많죠. 상실은 슬픈 일이지만, 미리 생각해 보고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