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향에 있는 제 친구가 서울에 자주 놀러와서 한동안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일주일 정도의 서울 생활을 경험한 친구가 하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 생활은 너무 급해.”

 저는 상경한 지 어느덧 4-5년이 되어가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고향에서 살아가던 속도를 잊고 살았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의 저는 지방에서 생활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서울 직장, 서울 문화, 서울 사람들을 경험하며 살다보니 빠르게 걷는 것은 기본, 뭐든 빨리 빨리 해치워 버리려는 성향이 더 강해졌습니다. 게다가 서울 사람들의 열정까지 닮아버려, 하루를 꽉꽉 채우지 않은 날은 죄책감을 갖고 잠자리에 들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모든 서울 사람들을 보편화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이렇게 빨리 빨리 살아가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서울 사람들의 이런 열정을 배우고 싶었고, 그 속에 스며들어 살아가고 싶었으니까요. 

 실제로 저는 상경을 한 뒤 제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왕복 두 시간의 지옥철을 견디며 출퇴근을 하고, 주 3-4회는 필라테스 혹은 웨이트를 합니다. 남는 시간엔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요. 주말엔 이렇게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위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부지런해 보이네요. 

 저의 이런 생활은 6할이 불특정한 서울 사람들로부터 왔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딜 가든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과 지내다 보면, 저도 그들처럼 보이고 싶더라고요. 덕분에 이렇게 바쁘게 지내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서울 생활에 대한 찬양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염려되는데, 서울 생활이 항상 열정적이고 부지런하지만은 않습니다. 매일 매일에 열정을 담아 살다보니 저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번의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했거든요. 부지런하게 살다, 무기력 해지기도 하고. 이런 생활을 반복 중입니다. 어떤 일이든 늘상 아름다울 수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어떤 속도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열정과 속도를 얼만큼 잘 컨트롤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