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합류한 에디터 프리구티가 적는 두 번째 글을 만나보세요.

매주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긴 에세이가 찾아옵니다. 

 제게 기록은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취향과 취미, 커리어와 공부를 넘나들며 제 모든 것을 하나의 기록장 안에 차곡차곡 쌓아내고 싶었죠. 돌이켜 보면 그 기록을 다시 돌아보려는 마음보다는, 기록하지 않으면 소멸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컸어요. 그러나 기록의 힘을 너무 믿었던 탓이었을까요. 억지로 제 파편을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그 무언가는 희미해지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광적인 기록을 멈춘 것 또한 좋은 문장 덕분이었어요. 즐겨 보던 뉴스레터에서 발견한 ‘억지로 기억해야 하는 것은 대체로 기억해야 할 이유도 없다’라는 문장이었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웠던 ‘윤리와 사상’ 속 철학자의 이름을 지금의 저는 하나도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반면에 응원하는 영국의 축구팀에 속한 선수를 비롯해 감독, 심지어는 코치의 이름까지 술술 외고 있죠. 외우려고 노력한 적은 없지만요. 단적인 예지만 제 삶에 필요한 정보는 자연스레 잘 다듬어져 기억의 형태로 저장되는 것 같아요. 기록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억지로 기억하지 않아도, 억지로 기록하지 않아도 저라는 존재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믿음과 함께, 이제는 당장 사용할 정보 외엔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문장들은 포기하지 못했는데요. 다람쥐가 양 볼 주머니에 6개의 도토리를 넣는 것처럼, 6개의 문장만은 기록장에 품게 되었습니다. 볼거리의 아픔을 불사하고 말이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인 ‘나는 그런 흔해 빠진 일들이 쌓여서 지금 여기에 있다’, 석가모니의 무아 사상을 의미하는 ‘우리가 집착할 만한 자아는 없다’ 같은 대단한 문장을 포함해, 그 사이에서 움츠러든 제 문장이 기록되어 있죠. 

 모든 행복을 소유할 수 없듯이 모든 문장을 소유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에 자주 흔들리고 길을 잃는 한없이 약한 존재인 인간에겐 의지할 만한 구석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저는 좋은 문장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줄거라 믿어요. 

 여러분에게도 삶의 등받이가 되어주는 좋은 문장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