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ssandra Sanguinetti

 교수님의 메일에서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끝맺음이었습니다. 과제를 안내해 주실 때는,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의미에 대해 고민이 많을 때 과제를 통해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조언을. 중간 과제를 평가해 주실 때는, “봄이 조금씩 다가옵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고 주경야독의 보람이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응원을. 바쁜 업무로 늦게 과제를 제출할 때도, “오늘도 애쓰고 힘내서 하루 잘 보내세요”라는 위로를 건네주시곤 했어요.

 사실 저와 교수님은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같은 덕에 책 이야기를 간단히 주고받긴 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교수님이 제게 전한 마지막 문장은 몇 년을 함께한 사제지간처럼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지금 하는 일도 그렇고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멋지게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인간에게 말과 글이 있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신중하고 아름답게 언어를 생각하고 다루어야겠다 싶네요.”

다정한 교수님과의 메일 中

 주소와 제목을 입력한 후, 첫인사에 소개를, 끝인사에 감사를. 느려질 수밖에 없는 메일의 암묵적인 양식은 다정함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어주는 걸까요? 손가락이 보낸 것과 진배없는 습관적 리액션과 생각과 동시에 전송되는 짧은 답변이 오가는 카카오톡에서는 그 찰나의 틈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메일이라는 형식 자체가 언제나 다정하지만은 않죠. 사무적인 업무 메일과 서두에 언급했던 AI 메일은 차갑기만 합니다.

 그것보다도 교수님의 문장에는 세심함이 묻어 있었어요. 사회 초년생인 제게 필요한 조언을, 업무로 빠듯한 제게 필요한 응원을. 모두에게 의미 있는 문장이 아니라 마음과 머릿속으로 저라는 상을 그려내며 적은 문장이었죠. 예민하거나 관찰력이 뛰어난 것과는 다릅니다. 다정함을 이끄는 세심함은 그런 천재가 아니라 노력파가 정선할 수 있죠. 나를 위해 굳이 없어도 될 무언가를 티 나지 않게 섞어내는 것. 그 속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따뜻함. 저는 그 적정한 온도, 다정함이 참 좋습니다.

 나만의 의미를 단어에 부여할 때, 추상적인 단어가 점차 표상으로 드러나요. 다정함을 비롯해, 사랑, 꿈, 기억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는 그 단어를 실천하고자 할 때 간극이 존재하죠. 미싱링크처럼요. 다정함을 건네고 싶어도, 사랑하고 싶어도 마음과는 다르게 뚝딱거리게 되는 겁니다.

 ‘정분이 두텁다’,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다정함의 사전의 전형적인 뜻풀이로는 여전히 헷갈립니다. ‘다정함’을 ‘누군가를 되새기며 티 나지 않게 무언가를 더하는 세심함’이라는 나만의 정의로 풀어낼 때, 그 뚜렷한 정의가 다정함이라는 단어를 실천할 여지가 되어줍니다. 나만의 사전을 만드는 기분으로, 오늘은 다정함을 정의해보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