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에 쫓기듯 움직이고,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빨리 흘렀다는 생각이었어요. 하루에도 일정은 시간 단위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고, 메모장에는 해야 할 일이 가득한데 뭔가 공허한 느낌이 든 거 있죠. 마치 깜빡 잊고 두고 온 휴대전화 충전기처럼, 분명히 어딘가 있을 것 같은데, 있어야만 하는데,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퇴근길에 이런 생각이 스치니 꽤 멍해지더라고요.

 오늘도 습관처럼 알람에 눈을 떴고,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먼저 집었어요. 밤사이에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를 넘기고, 일정을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된 하루와 또 그렇게 끝나버린 하루는 고요함이 스밀 틈을 내어주지 않았어요. 커피를 마시면서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늘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어쩌면 지금 일상에 필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10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추석 연휴 때 당일 여행지로 호숫가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거창한 휴식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소음에서 나를 분리할 수 있는 시간, 잠시나마 숨 쉴 틈이 있는 공간, 휴대전화를 꺼두고 하늘과 바람과 새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마음 한편을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조용한 여백을 찾게 된 거죠. 그 안에서 다시 숨을 쉬고 나를 되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물리적인 '쉼표'를 제대로 찍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