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책임을 요구했어요. 책임은 도전적이었고, 인내를 수반했던 것 같아요. 인내가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감내해야 된다고 여겼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감내해야 할 순간엔 감사를 떠올렸어요. 지금 내가 서서 누비는 곳은 한때 내가 갈망했던 공간이었을 거잖아요.

'올해의 나'는 도전으로 요약될 수 있겠어요. 2년 전 이맘때 합격 통보를 받고 지방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일 년 반 열심히 살다 올해 초 다시 서울로 돌아오겠다며 도전했던 거예요. 그러고 나니 새로운 직장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도 도전이었어요. 도전의 성공은 또 다른 도전을 알릴 뿐이라는 걸 느꼈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변화들이 있어요. 달라진 점 가운데 재밌다고 여기는 것은 시간 흐름에 심드렁해진다는 거예요. 점차 기록에 관대해지는 자신을 보며 차츰 깨닫게 됐어요. 한때는 매일 일기를 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매월 제목을 붙여가며 한 달을 정리하기도 했고요. 매년 생일날 사진을 남겼는데, 작년부턴 하지 않고 있어요.

 이 말을 들은 가까운 벗은 그래도 올해의 기록은 남겨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어요. '전환'이라는 표현을 썼던 게 기억나는데요, 삶의 전환이 있었던 만큼 소회를 적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이었어요. 지금 몇 자 적게 된 것은 그의 조언 덕이에요. 이렇게 한 해를 되돌아보니, 아무리 기록이

별거 아닌 듯해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여러분은 한 해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올해는 어떤 삶을 살았나요? 당신의 올해는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